가뿐한 마음으로 용산공원을 이야기 해 보는게 어떨까요?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이라는 명칭 아래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원 앞 ‘국가’라는 무거운 수식어는, 논의의 시작점에서 입을 떼는 것조차 어렵게 만드는 듯합니다.
국가공원이라는 명칭보다는, 조금 더 열린 단어로 공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요?
숨이 가쁘게 용산공원에 국가의 상징성을 끼워 넣기 보다는, 가뿐한 마음으로 공원에 바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본다면 좋겠습니다.
점점 우리의 공원이 되어 간다면, 그때 비로소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공원으로서의 이름을 얻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국민들의 눈길을 끌도록.
다양한 요구를 충족 하고, 때때로 섞이도록.
담론이 이루어지는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성공적인 공원화를 위한 통과 의례! 국민들의 목소리 듣기.

공원이 되기 이전에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해 보았습니다.


▲ 담장 숨기기

‌용산 미군기지의 총면적은 2.4 km2 .미군 기지와 서울의 땅이 만나는 경계엔 필연적으로 높다란 담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붉은 벽돌, 회색 콘크리트, 철제 판, 기와 등 다양한 재료로 담장이 이루어져 있지만, 사람들은 그 옆이 미군 기지인 줄 모르고 지나친다. 금단의 구역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뜀박질하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몰래 엿보기도 하며 그 너머를 궁금해한다. 임시 개장 직전에 평소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서 있었던 담장을, 원래 없었던 것처럼 숨겨보면 어떨까? 숨기려는 노력하면 할수록, 반대로 그 안의 용산 공원 부지 안에 집중하지 않을까? 시민들의 관심이 늘어날수록, 공원에 바라는 목소리가 점점 모이기를 기대한다.

▲ 점유에서 공유로

‌백지상태의 용산기지에 남기고 기록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 어떤 방식으로 기록해야 하는가? 용산 부지라는 물리적 공간에 숨을 불어 넣은 것은, 그곳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공간에 담아낸 기억과 삶의 서사, 사회 문화적 맥락이 모여 ‘장소성’이라는,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되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하나를 더 만들어 냈다. 용산 부지가 공원이 된다. 공원이 된다면, 부지를 감싸던 거대한 담장은 사라질 것이다. 담장이 사라진다고, 보이지 않는 경계를 이루던 기억과 추억 또한 말살해도 되는가? 물리적 실체를 구축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그들의 언어, 욕망, 추억 등을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공원이 되기 전 ‘작은 도시’로 자리 잡고 있는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가?

▲ 복작복작 도시 만들기

‌우리나라 제공하는 지도와는 다르게 구글 맵스는 나무로 합성하지 않은 용산 미군 부대의 위성사진을 제공한다. 숨김없는 미군기지의 위성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빨간 구획선 없이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기지의 경계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지를 가르는 블럭의 크기와, 건물의 밀도가 한눈에 봐도 다르기 때문인데, 미군기지 주위로 여유 없이 잘게 쪼개져 있는 블럭에 빈 공간 없이 빽빽이 건물이 들어선 서울의 모습과는 달리, 기지 안은 황량한 빈 땅에 건물 몇 개가 듬성듬성 놓여있을 뿐이다. 기지 옆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숙주에 붙어 기생하는 미생물들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비좁은 한국 땅을 드넓은 미국의 땅인 양 착각한 듯 여유 있는 부지의 활용은 전혀 서울스럽지 않다.  미군의 이전 후 임시개장하게 될 공원화 부지는 엄연히 말하면 아직 공원이 아니다. 공원이 되기 이전에 공원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로 서울의 모습처럼 빽빽하게 채워보는 것이 어떨까? 재미있는 것들로 가득 채워 잠시 새로운 소도시로 탈바꿈해보자.

▲ 용산공원, 우리 친해지기 프로젝트 '리플렛' (전면/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