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발견하는 가치와 가능성
용산공원 조성 대상지 경계를 거닐며 오늘의 용산과 내일의 서울을 함께 체험해봅시다.
대상지 북측(메인 포스트)과 남측(사우스 포스트)을 가로지르는 이태원로를 지나 녹사평대로에서 마주치는 담벼락과 이태원의 낯선 조우를 느끼며
이윽고 해방촌 일대에서 우리는, 오래된 미래의 조각들을 더듬어 오리고 붙이고 가필하여 도시라는 콜라주를 완성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걷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의 공원산책, 다같이 출발합니다!”
박영석 대표 (플레이스 온)
구간 1 < 기지-기지 > 전쟁기념관 – gate 1,2,3,4 – 녹사평역 – 용산구청
구간 2 < 기지-도시 > 용산구청 – 녹사평역 – gate21 – 용암어린이도서관
구간 3 < 도시-도시 > 용암어린이도서관 – 해방교회 – 신흥시장 – 해방촌이야기/이타건축/해방촌도시재생센터 - 108계단
구간1 < 기지-기지 >
전쟁기념관에서 출발하여 용산 미군기지의 메인 포스트와 사우스 포스트를 가로지르는 이태원로 일대를 걸어봅니다. 양옆엔 높은 담벼락뿐. 이따금 출입구 주변에서는 기지 내부를 슬쩍 엿볼 기회도 있지만, 어쩐지 기지와 기지 사이에서 오히려 기지 내 ·외부의 단절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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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 gate 1,2,3,4 – 녹사평역 – 용산구청
전쟁기념관
육군본부는 정부수립 후 바로 지난날 조선군사령부가 위치했던 용산동 1가 8번지 자리에 있다가 한국전쟁으로 일시 대구에 이전해 있었으나 정부의 환도와 동시에 종전의 자리로 돌아왔다. 용산국가공원 계획에 따른 첫 번째 조치로 1989년 충남 계룡시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는 전쟁기념관이 들어서게 된다. 공사 막바지 단계인 1993년 국립박물관의 모호한 행방으로 [민족기념관]이 될 뻔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쟁의 아픈 상처를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전시관이 1994년 개관하게 된다. - 「용산기지탐색도(게이트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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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 gate 1,2,3,4 – 녹사평역 – 용산구청
“여러분이 마주하고 있는 이곳의 게이트와 담벼락이 모두 사라지고
공원이 생긴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한번 상상해보며 걸어봅시다.”
박영석 대표 (플레이스 온)
Gate1
게이트1은 드래곤 힐 랏지(Dragon Hill Lodge)라는 4성급 호텔시설로 이어지는 게이트다. 힐러리 클린턴 국방장관 등 고위장성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머무르거나 타 지역에서 서울에 근무 온 장병들이 머무르기도 하는 곳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레스토랑 등이 갖추어져 있다. 퇴역한 미군들 및 그들의 가족들에게 사용이 허락된 곳으로, 용산기지가 철수한 이후에도 본 시설은 남겨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Gate2
게이트1 맞은 편 메인포스트에 위치한 게이트2 위로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출퇴근 시간이면 미군병사들의 분주한 모습이 포착된다. 게이트2 뒤로 식당이자 클럽인 R&R Bar & Grill이 있고, 그 위로 도서관, 교육센터, 커뮤니티센터, 우체국 등 기지 내 생활을 위한 위락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Gate3
한국주둔해병 시설과 접해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카추사 스낵바가 인접해 있다. 간단한 한국메뉴들을 취급하는 이 스낵바 앞에는 미군의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식재료를 사용하므로 이에 대한 추후의 문제는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경고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 「용산기지탐색서(게이트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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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 gate 1,2,3,4 – 녹사평역 – 용산구청
용산구청
아리랑택시(현 주식회사 서울스마트택시)는 1962년 사업면허 허가를 받은 후 1965년 ‘미8군 및 UN군과 가족’을 대상으로 영업을 허가 받은 운수업체다. 대중교통 서비스가 미비했던 당시 정부가 주한 외국인들의 교통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택시와 다른 ‘한정면허’를 내준 것으로, 이후 아리랑택시는 주한미군교역처(AAFES)와 계약을 맺고 서울 용산과 경기도 동두천 지역 미군기지 일대에서 영업했다. 아리랑택시 부지 3천여평은 정부에 반환된 이후 2003년 용산구는 국방부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 컨벤션 센터, 만남의 광장, 아트홀과 같은 문화시설이 갖춰진 종합행정타운이다. - 「용산기지탐색도( 게이트22)」, 2014
용산구청 옥상에 오르면 언덕 아래로 미군기지 내 건물들이 보이고, 언덕 너머에는 더 많은 어마어마한 건물들이 있습니다. 기지 형성 전에도 남산과 연결되는 언덕은 현재와 같은 지형이었으며 그에 맞게 건물이 조성되었습니다. 미군과 일본군 또한 건물을 짓기 위해 지형을 과도하게 훼손하지 않은 것이죠. 건물구조 및 도로로 일부 변형된 부분은 부드러운 능선 형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제안된 바 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언덕 너머에 감싸진 지형은
아마 서울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 아닐까.”
최혜영 교수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구간2 < 기지-도시 >
기지와 도시가 맞물리는 경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능선을 따라 골목길을 걷다 보면 주택사이로 이따금 기지의 담벼락이 보입니다. Gate21과 나란히 자리 잡은 한신옹기는 40여 년 전부터 옹기를 쌓아 올렸으며, 용암어린이도서관의 창밖으로는 또 다른 작은 도시인 기지의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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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 녹사평역 – gate21 – 용암어린이도서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미군기지 내에서 카투사로 생활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곳은 단지 기지가 아니라 새로이 구축된 또 다른 도시였습니다.”
김영민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gate21
gate21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에 위리한 한신옹기는 기지담벼락을 십분 활용한 예이다. 한신옹기 신연근님은 용산 곳곳에서 도붓장사로 시작, 45년 전 이곳에 자리잡은 후 80년 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담벼락을 활용한 옹기진열을 시작했다고 한다. 담을 타며 옹기를 진열할 때면 김치 좀 달라고 하던 군인들과의 일화를 전한다. gate20과 gate21 사이는 게이트 간 거리가 가장 긴 구간이다. 지형학적으로 남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해방촌을 오롯이 다 거쳐가야 그 다음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다. 해방촌은 젊은 외국인들의 생활터전이 되어가고 있고 경리단과 연결된 gate21쪽에는 이국적 식단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 펍, 카페 등이 많아 핫플레이스로 꼽히기도 한다. - 「용산기지탐색도( 게이트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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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 녹사평역 – gate21 – 용암어린이도서관
용암어린이도서관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기지 내부의 모습을 엿볼 수 없을까? 기지와 도시의 경계에서 발견한 용암어린이도서관. 이곳의 창밖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미군기지 일대를 담고 있습니다.
구간3 < 도시-도시 >
왼편에 미군기지라는 작은 도시를 두고, 오른편에 이태원으로 이어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두고 있는 해방촌은 특별한 색채를 갖고 있습니다. 전쟁이 만들어낸 마을의 배경뿐만 아니라 최근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적 시도 등 향후 용산공원 조성에 힘입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더욱 기대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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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어린이도서관 – 해방교회 – 신흥시장 – 해방촌이야기/이타건축/해방촌도시재생센터 - 108계단
“해방촌은 해방 이후 월남한 피난민들이 정착해 살아온 마을로,
여기 해방교회는 당시 가난하고 배울 곳 없는 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전쟁고아와 어려운 모자를 살피는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황혜원 국장 (용산FM 라디오)
해방촌
용산기지 북쪽 남산타워, 남쪽에 위치한 마을, 해방촌은 8.15 해방 때 일본, 중국 등지에서 귀국한 해외동포들과 6.25때 월남한 피난민들이 대규모 정착촌을 형성한 곳이다. 당시 대형천막이 줄줄이 세워지고 5~6가구가 들어 생활하다가 한 가구당 5-6평씩 불하를 받아 판자집이나마 마련, 낯선 타향살이가 시작됐다. 담배말이 봉투 붙이기로 시작한 실향민들의 억척스러운 생활력은 한때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 나오는 편물제품 대부분을 생산하기도 했다. 일명 요꼬. 집집마다 서너 대의 미싱을 두고 스웨터 등을 짜서 시장에 팔기도 하고 수출품으로 외국시장에까지 내보냈다고 한다. 실향민들의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꽤 많은 수의 종교시설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먹는 장사가 유독 잘되는 곳이라고 한다.
- 「용산기지탐색도(게이트22)」, 2014
신흥시장
지금은 영업이 중단되고 한산한 모습이지만 60년대 후반에서 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신흥시장. 전형적인 주거지 근처 시장이 아니므로 제품 생산과 판매, 그리고 주거가 함께 이루어진 독특한 공간입니다. 조성 초기에는 가짜 담배 제조가 활발하였으나 단속이 심해진 후에는 요꼬, 스웨터 등 가내수공업으로 활성화되었고, 오늘날엔 국수가게, 캔들공방, 와인바, 네평학교, 양장점, 아트스페이스원, 철든책방 등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신흥시장은 해방촌을 먹여 살렸던 옛 요꼬부터
최근 유입된 젊은 예술가들과 외국인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황혜원 국장 (용산FM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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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어린이도서관 – 해방교회 – 신흥시장 – 해방촌이야기/이타건축/해방촌도시재생센터 - 108계단
한낮의 산책을 마무리하며 해방촌 커뮤니티 공간에서 못다 나눈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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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어린이도서관 – 해방교회 – 신흥시장 – 해방촌이야기/이타건축/해방촌도시재생센터 - 108계단
108계단
일본군 제 20사단의 사격장과 호국신사가 있던 곳으로, 현재는 신사로 오르던 108계단만 남아 있다.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의 공원산책은 이곳 108계단에서 마무리합니다.
담장이 허물어지고 공원으로 열리는 날, 오늘 우리의 산책도
추억으로 되새김질 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영석 대표 (플레이스 온)